동네 노인들이 알고 있던 것처럼 권정생 선생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병들고 비천한 모습으로 살다 가셨다. 세속적인 욕심을 버렸고 명예와 문학권력 같은 것은 아예 꿈도 꾸지 않으셨다. 10여년 전 윤석중 선생이 직접 들고 내려온 문학상과 상금을 우편으로 다시 돌려보냈고, 몇해 전 문화방송에서 ‘느낌표’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책읽기 캠페인에 선정도서로 결정되었을 때도 그걸 거부한 바 있다. 그때 달마다 선정된 책은 많게는 몇백만부씩 팔려나가는 선풍적인 바람이 불 때였는데 권선생은 그런 결정 자체를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일로 여기셨다.

권정생 선생이 사시던 집은 다섯평짜리 흙집이다. 그 집에서 쥐들과 함께 살았다.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뒤 찾아간 집 댓돌에는 고무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나는 그 고무신을 보고 울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신발과 옷을 생각하며 부끄러웠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신을 사들이고 다시 구석에 쌓아두면서 더 큰 신장으로 바꿀 일을 생각하는 우리의 욕망, 우리는 앞으로도 내 욕망의 발에 맞는 신발을 찾아다니는 삶을 살 것임을 생각하며 민망했다.

―도종환(시인)


인간은 누구나 욕망이 있다. 난 욕망과 소망을 구별하고 싶다. 욕망은 버려야 하고 소망은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