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신분석, 심리학에 직간접적인 책을 읽다 보니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저의 도피 행동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뿌리를 구체적으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발견을 통해서 저는 한 단계 더 높은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발견한 저의 도피 메커니즘에 대해 같이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scape.jpg대학교 시절로 가보겠습니다. 학생 신분에서 빼 놓을 없는 것이 바로 시험입니다. 그러나 전 이상하게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올수록 공부가 더 하기 싫었습니다. 평소에는 재미있게 공부를 하더라도 시험기간만 다가오면 그 재미는 공중에 연기가 사라지듯이 제 마음 속에서도 사라졌습니다. 그냥 평소대로만 해도 좋은 점수는 아니더라도 그런 저런 괜찮은 점수는 되었을 텐데, 그 반대로 저는 시험기간이 다가 올수록 공부하는 것을 하루하루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공부도 하지 않고 시험을 볼 수 없는 것이기에 "벼락치기"를 마지 못해 하게 되었습니다. 이 벼락치기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강한 의지와 각오가 필요했기에 며칠만 고생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엄청 몰아쳤습니다. 이 벼락치기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기에 한마디로  '고통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을 덜 느끼면서 벼락치기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고안했습니다. 그것은 제 자신에게 스스로 '너는 공부하는 로보트다'라고 체면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체면을 걸고 나면 '하기 싫다', '피곤 하다' 하는 등의 감정은 로보트 앞에서는 필요 없는 것이었습니다. 효과는 만점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몇몇 성공을 거둔 뒤에 저는 이를 더 확장하여 '하기 싫은 레포트 작성시', '하기 싫은 청소를 할 때', '하기 싫은 소개팅에 나갈 때' 등등 광범위하게 적용을 했습니다. 저의 이런 방법에 효율성을 느끼면서 여러 철학적인 사상?과도 연결을 시켰습니다. 즉, 나이키에서 광고 카피로 사용하는 "Just Do It", 요즘 프로그래 세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XP(Extream Programming) 방법론이 그것입니다.

저는 시험을 위한 시험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 밖엔 없습니다. 그 만큼 시험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싫었습니다. 그 스크레스가 너무 강하여 나의 정신상태를 사로잡아 버린 것입니다. 이 스트레스를 피해가기 위해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주로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어떠한 경우든 그런 시험은 보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 되는 시험은 '나는 로보트다'라는 스스로의 체면을 통해 그냥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피해가면서 내가 할 일을 하게 되는 효율적인 방법은 되었습니다만 공통점은 "도피"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저는 시험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심리가 제 안에 존재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시험 말고도 삶 곳곳에 도피처를 마련하여 도망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가는 것은 가장 나쁜 방법인 것 같고, 그 다음 스스로 '로보트'라고 체면을 걸고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 이상의 잠재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시하고 직면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 '시험'이라는 것의 자체를 이해하고 내 안에 받아들여 '시험' 자체의 본질로 즐거워하는, 즉 시험 다음에 오는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보다는 그냥 시험을 시험으로써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것이 아닐까요?

그냥 하는 것(Just Do It)도 좋고 감정 없는 '로보트'처럼 하는 것도 좋지만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즐겁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요? 제 삶 가운데서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도피하던 습관을 하나하나 발견하여 도피보다는 직면하면서 그 본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건설적인 삶으로 나아가길 개인적으로 바라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이라는 스트레스까지도 피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며 더 나아가 기쁨으로 그 길을 걸어가셨기에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